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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

삶의 자세

주네스 2023. 9. 30. 14:35

돈 이야기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꼭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기피되는 경향이 있다.

은행에 돈을 빌려달라고 부탁할 때,

회사에 돈을 더 달라고 할 때,

학교에 돈을 덜 내고 싶다고 할 때,

 

정말 우리는 쉬운 이야기를 돌리고 또 돌려서 이야기하고 또 엄청나게 복잡한 절차를 지나야 한다. 이름도 '대출, 연봉, 장학금' 으로 정말 제각각이다. 

 

자본주의의 최고봉 미국은 더 심한 것 같다. 내가 지금까지 배운 (심지어 아직도 모르면 찾아보면서 배운다) 돈을 지칭하는 단어들은 money, allowance, fund, payment, balance, premium, cash, bucks, currency, .... 정말 끝도 없이 나온다

 

돈 이야기가 부끄럽다고 생각한건지, 나도 돈 이야기를 입밖으로 잘 안꺼내고 살아왔다.

 

트레이딩 회사는 정 반대다. 돈이 성과이며 목적인 곳이라, 회사 입사 첫날 교육부터 나오는 이야기는 '돈을 잘 벌려면 어떻게', 매일 출근할 때 아침 인사는 '우리 돈 잘벌자', 퇴근 할 때 쯤 인사말은 '돈 좀 벌었어?' 같은 느낌이다. 

 

돈 얘기를 그렇게 많이 하는데, 결국 우리는 돈을 잘 버는 게 너무 중요하다. 돈을 잘 버는 사람들은 회의 때 목소리가 커지고, 팀장 자리에도 앉을 수 있다. 돈을 못 버는 사람은 제일 일찍 출근하고 제일 늦게 퇴근하더라도 짐을 싸야 할 수도 있다.

 

예전에 매일 잃던 때보다는 확실히 낫지만, 아직도 그렇다할 큰 수익을 낸 적이 없다. 최근에 내가 8월달에 가장 잘 벌었을 때의 두 배를 벌었는데도, 그 날 여기 팀장이 번 것의 1/100 수준이었다. 물론 아직 시작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만큼 큰 거래에 들어갈 일이 없지만, 내가 번 만큼 내가 먹는 곳에서 상대적으로 조급한 마음이 든다 (본인 수익 = 보너스다).

 

만약 이것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면, 우리가 직장에서 한 실력 좋은 동료와 함께 같은 원형 책상에서 작업을 한다고 생각해 보자. 내가 타자를 칠 때마다 천장에서 100원 짜리가 내 앞에 요란하게 떨어지고, 그 동료는 타자를 칠 때마다 만 원 지폐가 천장에서 살랑 살랑 내려와 동료 앞에 놓인다. 하루 종일 나는 수천 수만 번의 타자를 치며 요란한 소리를 내는 동전을 모으며 일하는 나는 소리없이 살랑 살랑 만 원 지폐가 쌓이는 모습을 볼 것이다. 퇴근할 시간이 되어 나는 내 앞에 동전 묶음과 그 동료의 돈다발의 가치 차이를 보면서, 허탈함을 느낄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그 팀장을 증오하거나 질투할 필요는 절대 없다. 그 팀장 친구는 년차가 3년차 정도로 많은 것도 아니고, 어린 만큼 머리도 좋고 마인드도 정말 단단한 사람이다. 결국 내가 더 노력해야 하는 방법만 남는다. 주문을 더 넣어보고, 더 빠르게 좋은 거래를 찾아야 되고, 내가 모르는 이론들을 더 공부해야 한다.

 

장이 열리면, 나는 육상 선수의 준비 자세처럼 공격적인 자세로 준비하고 개장 밸과 함께 모니터를 향해 뛴다. 

 

모니터 4대를 눈이 쉴 새 없이 좌우상하 움직이면서 예의주시하면서, 점점 모니터에 몸이 빨려들어가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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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운동에 맛을 다시 들인 것 같아 운동을 하러 내려갔다. 금요일 밤에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고 정말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

 

회사도, 여기 아파트도 보면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 많다. 대학교도, 고등학교도 대단한 사람들이 많았지만 어떻게ems 어영부영 쫓아가서 비슷한 수준을 이루는 게 가능했다. 머리 쓰는 것, 요령 쓰는 것 모두 어찌저찌 잔꽤를 쓰며 쫓아왔다. 하지만 여기 사람들의 정직한 노력은 정말 나에게 벽으로 느껴진다.

 

아침 6시에 운동하는 사람, 출근 1시간 전 개를 끌고 산책을 시켜주는 사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8시간은 핸드폰을 보지도 않는 팀원들, 퇴근해서도 아들을 픽업나가 같이 집 마당에서 캐치볼을 해 주는 상사...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장 멋있는 노력은 장에 들어가서 몇 만 불 이상의 수익을 낼 정도의 노력을 쏟은 회사 트레이더들이다.

 

다른 세상에 와서 만난 벽은 생각보다 너무 높아 보였다. 어깨가 무거워지고, 너무 높이 있는 벽을 보기 싫어 차라리 아래를 보게 되었다.

 

점점 그렇게 생각이 들었는지 몸도 점점 아래로 쳐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어께나 목이 자주 아프면서 스트레칭을 하는데도 근육이 꼬이고 쥐가 나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정말 내 자세가 좋지 않았다는 것을 인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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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대학교에 가서 커리어 페어에 회사 홍보를 하러 갔다. 나랑 선생님 (회사에서 이론만 가르쳐서 선생님이다) 둘이 학교에 가기로 했는데 나는 이런 것을 가 본 적이 없어 걱정이 산더미였다.

 

내가 커리에 페어에 간 지가 7년 됐는데 가서 무슨 얘기를 해야 되나, 가서 좀 말걸기 힘든 애들이 있으면 어떻게 대해줘야 되나, 내가 회사 3개월 막 지났는데 모르는 게 산더미인데 질문들을 답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거의 일 주일 전부터 화장실에서 거울을 볼 일이 있으면 혼자 대본을 읊곤 했다.

 

다행히, 생각보다 커리에 페어에 온 대학교 학생들은 대부분 정말 편했다. 잘 준비한 친구들을 악수를 할 때부터 아이컨택과 인사말을 확실하게 하고, 자신감 있게 본인 소개를 해서 오히려 내가 편하게 다가가서 명확하게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할 수가 있었다. 좋은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해주고 내 진심을 전달하면서 내가 정말 누군가를 도와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거울 신경 덕분인지 나는 그런 모습의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더 자신감 있게 아이컨택을 하고 자신있는 모습과 자세로 채용담당자 행세를 잘 했던 것 같다.

 

반면, 가끔은 공부를 너무 많이 한 건지 사회에 반항심이 있는 건지 자세부터 삐뚤한 친구들도 나타났다. 가장 기억에 남는 분은 구부정하고 조용히 말하는 중국인 분이였는데, 박사 학위를 하고 있는 나이정도 인데도 갓 고등학교 졸업한 1학년들보다 뭔가 신뢰가 가지 않아 보였다. 심지어 행사장도 시끌벅적해서 이 분 말을 책상 넘어 듣지 못할 정도였다. 그 분은 안 들린다는 신호를 보내는 내 모습을 보고 본인이 답답했는지 내 옆에 와서 이야기하고 싶다고 했다. 이건 또 무슨 상황인가 싶었지만 이 분은 빨리 보내야겠다는 생각에 옆으로 오라고 했는데도 너무 안 들려서 거의 몸을 20도 굽혀가며 겨우겨우 대화를 했다. 

 

이 분이 가고 다음 학생을 맞이할 때 다시 허리를 꼿꼿이 세워 악수를 하려는 와중에 갑자기 어깨와 허리가 너무 아파왔다.

 

아, 방금같이 구부정한 자세가 정말 몸에 안 좋은 거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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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유난히 허리를 펴고 어깨를 피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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