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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의 유연성
오늘 든 생각을 토대로 글을 써본 뒤, 제목을 어떻게 할지 정해보는 도중에 ‘사고의 유연성’ 을 검색해 보았다.
http://www.dailydental.co.kr/news/article.html?no=97060
https://m.cafe.daum.net/beautiho/cHP/6818
이 글들을 보면서 정말 좋은 글들이지만, 나같이 직관적인 사람들에게는 너무 뜬구름같은 이야기라고 생각이 들었다. 강북에서 보는 남산이나 강남에서 보는 남산 예시는 너무 모호했다. 좌뇌와 우뇌를 같이 사용하란 말은 혼란스러울 정도로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 원숭이 이야기는 재미있었지만, 나에겐 다소 시시콜콜하고 진부한 예시라고 생각되었다. 때문에 한번 내가 경험한 ‘사고의 유연성’에 대해서 설명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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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원래” 라는 단어를 잘 쓰지 않는다. 어떤 책에서 “원래” 라는 단어를 쓴다는 것은 그만큼 사고가 굳어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연인 사이든, 친구 사이든, 선후배 사이든 “난 원래 ~해서 이래” 또는 “난 원래 ~하니 이해해줘” 하는 사람들을 보면 참 솔직하지만 이기적인 사람들이란 생각이 든다. 그 때문인지 나는 “원래” 라는 단어를 좋아하진 않는다.
하지만 나는 실제로 ‘원래’를 쓰는 것처럼 행동한다.
나는 무엇을 하던지 끝장을 보는 타입이다. 쉽게 말해서 삘을 받으면 한다. 반대로 말하면, 삘을 받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나는 공부를 하면 끝장을 본다. 고등학교 시절 한 학기 어치 공부해야 봐는 AP 를 6개나 이주 정도에 벼락치기를 했다. 대학에 진학해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편미분방정식을 배울 때 군대에서 갓 전역해서 미적분도 어눌한 시절에 가서 전날에 밤을 새서 12시간에 6문제를 풀며 숙제를 몰아서 했다. 삘이 오지 않으면, 공부는 항상 내 머릿속 우선순위에 뒷전에 있었다. 쉽게 말해서 공부를 잘 하진 않는 사람이다.
하지만 반대로 그 ‘할 때’에는 치열하게 끝장을 보는 타입이다. 나는 수학 정의의 말 한 토시도 놓치지 않으면서 심지어 책 페이지 숫자와 교과서의 그래프들이 외워질 정도로 치열하게 공부를 하고, 결국 시험에서도 남들과 부족하지 않은 양의 지식을 습득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문제는 이것이 꼭 공부에만 적용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가끔은 이게 게임에 적용된 때도 있고, 술이나 담배 등에도 적용이 될 수도 있다. 술도 나는 언제나 취해서 쓰러질 (말 그대로 만취해서 쓰러질) 정도로 마신다. 그렇게 마시지 않는 것은 술을 마신다고 취급하지도 않는다. 노는 것도 마찬가지로 절대 어떤 모임에서 일찍 헤어져 집에 간 적이 없다. 무조건 그룹이 있으면 모든 구성원들이 뿔뿔이 흩어질 때까지 놀아야지 적성이 풀리는 편이다.
나는 식사를 할 때 항상 그렇게 먹어 왔었다. 외식을 하면 특히 남기는 거라고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고, 집에서 먹을 때 밥이 남은 밥공기를 반납한 기억이 없을 정도이다. 특히 주변에서 음식을 다 먹거나 아니면 부모가 좀 남기자는 이야기를 꺼내지 않으면 나는 먹는 것을 스스로 멈춘 적이 없다.
쉽게 말해서, 나는 '원래' 그렇게 자극을 받으면 남들보다 더 치열하게 어떤 일에 임하는 사람이다.
오늘 아버지가 밖에서 저녁 식사 모임을 마친 뒤에 김밥을 사 오셨다. 나는 오늘 처음으로 김밥을 내 자율로 남겨서 반 줄을 냉장고에 넣고 설거지를 하면서 깊은 생각에 빠졌다. 나는 어떻게 보면 이 끝장을 내는 것을 먹는 것에도 적용해 왔었다는 것을 이제야 다시 인지하면서 내 굳은 사고에 반성을 하게 되었다.
“나는 원래 삘을 받으면 빡세게 하는 사람이야.” 라고 나는 나 스스로에게 흔히 말한다. 하지만 어쩔 때는 이것이 좋은 사고지만, 이것을 먹을 때, 술 마실 때 등에 적용한다면 정말 무서운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내 앞에 둔 음식은 아무리 많아도 다 뱃속에 넣고, 시킨 술도 무조건 마셔야지 분이 풀린다면, 내 몸은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이 과정에서 고통받는 내 몸의 신호를 나는 무지하게 억누르고 있었을 수도 있다.
그래서 김밥을 냉장고에 넣으면서, 때로는 삘 받고 빡세게 어떤 일에 몰두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다른 때는 너그럽게 그런 나의 사고를 뒤로하고 "일단 그만하고 보자" 라는 생각을 하는 사고의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나는 이 유연성은 정말 가지기 어려운 덕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자신을 부정하고 자신이 지금까지 지켜왔던 신념이나 습관과 반대되는 행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 글을 쓰는 것도 사고의 유연성의 일부인 것 같다. 최근에 글을 한동안 쓰지 않은 나는 무언가 생각이 나도 완벽한 글을 쓰기 위해 아이디어만 노트에 적고 글은 정작 적지 않곤 했다. 나중에 이 글을 읽고 다시 키보드를 들며 생각을 정리해 글을 또 쓸 수 있게 되는 선순환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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