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ccess-Oriented
최근 들어 글을 쓰는 일이 줄어들었다. 아마도 글을 쓰려면 그만큼 생각을 해야 하고, 느끼는 점이 있어야 하는데 생각하는 것을 요새는 덜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라 그런지 글을 쓸 이유가 딱히 없었다 (실제로 생각하냐고 밤에 한두시간씩 잠을 못 자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또한 몇몇 말이 잘 통하는 사람들에게 블로그를 알려주다 보니 정말 의미있는 글을 써야 된다는 생각이 든 부분도 있다.
내 공간에 글을 쓰는 것은 좋다고 생각이 들긴 하지만, 반대로 매일 이렇게 생각/망상에 빠지는 것도 문제일 수도 있다고 본다. 생각도 지나치면 안 하는 것만 못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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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근래 몇몇 고등학교 동창들을 만났다. 오랜만에 본 친구들도 있고, 반가울 얼굴이라고 생각해 기대를 많이 가지고 갔었다.
나는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학창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내 또래에 비해서 큰 것 같고,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 한 학교를 3년 이상 다녀본 적이 없는 나에게는 중고등학교 기숙학교 경험은 나에게 큰 의미로 다가온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나의 몇 없는 탄탄한 친구/동기 그룹이기도 하다.
중고등학교 특목고 재학은 나에게 여러모로 역동적인 시기였다. 그 잘난 머리들 사이에서 공부나 생활이나 내가 미숙할 수밖에 없었던 점은 어쩔 수 없으면 당연한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지각을 매일같이 했었고, 최소한의 공부도 하지 않았으며, 학교에서 말썽을 수도 없이 많이 피워 한 학년 100 명 중에서 가장 말썽 많은 사람들 다섯 명에 들어 여러 선생님들의 집중 관리 대상이기도 했다 (누군가는 “독수리 5 형제” 라는 별명을 지어주더라). 또 매년 누군가와 싸우거나 이성과의 삼각관계 같은 드라마를 만들어 항상 이슈를 몰고 다니며, 부모님들이 여자한테 그만 좀 그만 집적대라고 들은 적이 셀 수도 없이 많았다.
지금 그 시절들을 되돌아보면 나는 특목고 학생답지 않게 살았었다. 그 생활 패턴이나 성적, 정신상태는 지금 되돌아보면 그냥 특목고 학생들 사이에서의 부적응자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내가 어울리는 친구들과 같이 대학을 갔다면 나는 준아이비는 커녕 중하위권 주립대에 들어갔어야 맞지 않았을까 싶다. 어릴 때 대치동에서 미친듯이 쌓아 둔 공이 없었다면, 나는 열심히 살아 성공할 머리는 아니었을 수도 있다.
반면 특목고 친구들은 어떤가? 대부분은 성공, 승리를 쟁취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성공 케이스들이 많이 보여지고 기억에 남기 때문에 Biased 된 시선일 수도 있지만, 대학 생활도 열심히 하고, 결국엔 많은 사람들이 좋은 직장에 안착한다. 체계적이고 자기 발전에 꾸준하며 뭐든지 항상 열심히 임하는 특목고 친구들에게는 ‘공부’ 나 ‘취준’, ‘경쟁’ 모두 이미 트레이닝 되고 시뮬레이션 훈련이 완료되었기 때문에 이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조금만 더 연역적인 사고를 연장해 보자면 이렇게 좋은 직장에 안착하면 돈도 많이 벌고, 취미생활도 열심히 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는 ‘성공적인 삶’의 모범 케이스가 될 확률이 높다.
그래서인지 이번에 동창들을 보며 연봉을 6자리로 받는다느니, 집값이 비싸지니 빨리 사야겠느니 투의 말을 들으니 정말 정이 뚝 떨어졌다. 오랜만에 봐서 편한 얘기는 하지 못 할 망정, 이들의 관심사는 성공밖에 없나? 어떻게 하면 사회적으로 이득을 볼지에 대해서만 혈안이 되어 있나? 도대체 이 무한한 성공의 끝은 어디일까? 라는 생각이 지속적으로 들었다. 그래서 나는 그 자리에서 동창들이 이런 성공의 추구에 대한 얘기를 할 때 수십분 동안 티비를 보거나 핸드폰을 보면서 말없이 보냈다. 고등학교 대표 외향인으로써 이런 적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내가 지금 졸업을 했거나, 취업을 했거나, 뭐가 안정된 상황이 아니어서 샘이 나고 끼질 못하니 그런 거였나? 라는 의문을 처음에는 해 봤다. 하지만 내가 사회적으로 그런 위치라 해도 그런 말을 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나는 성공에 대해 혈안이 되어 있지도 않고, 그것에 내 인생을 갈아 넣고 싶지는 않다. 그리고 나는 앞서 말한, 내 머리가 성공할 머리가 아니라는 것에 대해서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성공이 뭐인지 솔직히 관심이 별로 없다. 나는 성공보다 행복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금요일 까지인 숙제를 화요일날 끝내면 수목금이 비듯이, 나는 미래의 행복을 위한 투자를 현재에 하는 것이 현재 우리가 행복을 조금씩 희생해 가며 노력하는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그와 별개로, 나는 내가 하는 일에서 행복을 찾았으면 한다. 성공에 대한 지나친 추구는, 내가 좀 강하게 표현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상당히 원초적이고 미개하며 삶에서 중요하지 않은 요소라고 생각이 든다.
물론, ‘성공에 대한 추구’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가령 보디빌더의 예시를 들어보자면, 어떤 보디빌더든 대회에 출전하여 입상하여 메달을 따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모두가 보디빌더가 될 수는 없다. 누구는 유전적으로 더 몸이 잘 클 것이고, 누구는 유전적으로 많이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누구는 운동 자체를 즐겨할 수도 있고, 누구는 하루 종일 먹는 것을 좋아하는 대식가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 일반인을 데리고 보디빌더를 하라고 하면 그 피나는 운동과 지겨운 식단을 버텨 내기는 쉽지 않다. 더 나아가서 이런 일반인이 보디빌딩 대회 메달에 대한 지나친 추구를 한다면, 약물을 사용할 수도 있고, 자신의 역량을 뛰어넘는 노력을 하다 결론적으로는 행복과는 정반대의 길을 걸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일반인들이 메달을 따지 않으면 어떤가? 그냥 운동 자체에서 행복을 느낀다면 그걸로 끝이 아닌가? 운동을 하여 건강도 얻고 만족감을 얻는 것을 성공이라고 기준치를 낮춘다면, 이것이 가장 바람직한 것이 아닐까? 어떻게 보면 성공에 대한 추구도 과유불급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