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n-fiction

옵션의 델타, 마이크로소프트 -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

주네스 2023. 7. 12. 11:10
콜 옵션과 풋 옵션은 기초주식 주가에 따라 가치가 매겨진다. 
 
보통은 Greeks 중 하나인 Delta 에 크게 상관성을 가지는데, 이 델타값은 여러 가지로 해석이 가능하다.

 

델타는 보통 (옵션 가격 변동) / (기초주식 주가 변동) x100 (퍼센트) 라는 공식으로 표현된다. 

 

 
수치적으로 해석하면 가령 X 주식의 델타값이 20인 콜 옵션의 경우, X 주식의 가격이 $1 상승할 때 이 옵션의 가격은 0.20 상승하게 되는 것이다. 
(%of option price change / underlying price change)  -----------------------(1)
 
다르게 해석하면, 이 델타 값은 이 행사 가격이 ITM (In The Money, 행사가격이 주가보다 낮은 경우) 의 경우가 되는 확률을 의미하기도 한다. 앞서 말한 델타값이 20인 콜 옵션의 경우 이 옵션이 행사될 확률은 20%라는 것을 의미한다. 
(Probability of this option ending in the money) -------------------------------(2)
 
예를 들자면 X 의 현재 주가가 $70 일 경우 행사가격 $70 인 콜/풋 옵션의 델타는 50이다. 이 주가가 $70위로 튈지, 아래로 튈지 모르니 반반 확률이라고 보는 것이다.
 
반대로 X 의 현재 주가가 $100 일 경우 행사가격 $10 인 콜 옵션의 델타는 100에 가깝다. 특히나 옵션 만료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이 옵션은 사실상 100% ITM 이라는 이야기다.
 
Black-Scholes 인지 그 이후의 어떤 수학적 모델이 더 얹어졌는지는 몰라도 이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옵션 트레이더로써 낮은 델타값에서 Edge 를 찾는 것을 선호한다. 
델타가 100 근처인 콜 옵션을 예로 들어보자.
 
(예를 들면 X 주가가 현재 $100 불일 경우, 당장 내일 만료하는 $10 콜 옵션)

 

이 경우, 재난이 터지지 않는 이상 X 의 $100 인 주가가 $10 이하로 떨어질 일은 사실상 없다 (거의 100% ITM-> 고로 델타는 100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옵션의 가격은 사실상 [(X 의 현재 주가) - $10] 에 거래된다. 이 때부터는 사실상 옵션을 사고 그것을 이득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주식을 사는 것이랑 같은 효과이다. 수치적으로 해석하면 주식이 $3 달러 오르면 옵션 가격도 덩달아 $3 오를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아무리 이론을 떠들어 봤자 실제 시장을 보는 것이 가장 이해가 쉬우니, 모두가 아는 애플 (AAPL) 의 옵션 체인을 보자. 

 

 

 

AAPL (애플) 의 콜 옵션 체인, 2023/07/14 만기 (현재 날짜로부터 3일뒤)       출처) finance.yahoo.com

 

이 AAPL 옵션 가격만 봐도 행사가격 60$128.25 에 거래된다 -> 실제로 AAPL 주가는 60 + 128.25 = 188.25 에 매우 근사하다 (델타값이 사실상 100이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다른 가격들을 봐도 (행사가격) + (옵션의 가격) = (주가) 가 성립한다. AAPL 은 현재 $188.08 정도에서 거래되는데 행사가격 60, 65, 75 등의 콜옵션은 당장 3일 안에 애플 본사에 테러가 일어나지 않는 ITM 이고, 델타가 사실상 100 이기 때문이다.
 
만약 내일 AAPL 이 $2 만큼 올라 $190 에 거래된다면? 행사가격 60, 65, 75 ... 등의 콜 옵션들은 $2 만큼 가격이 오를 것이다.

 

행사가격이 200이라면? AAPL 은 현재 $188 에 거래되니, 델타값이 100보다는 훨씬 낮을 것이다. AAPL 이 3일만에 200을 넘길 확률은 얼마일까? 아마 굉장히 낮을 것이니, 델타값이 굉장히 낮을 것이라고 유추할 수 있다. 따라서 AAPL 가격이 $2 만큼 올라간다 해도 행사가격 200 의 콜 옵션 가격은 $2 보다 훨씬 적게 상승한다. (실제로는 0.01 상승할까 말까)

 

 

높은 델타값은 주식의 변동에 크게 예민하다는 지표를 나타내므로, 옵션 가격을 측정하기는 쉽지 않다. 주식의 움직임은 사실상 판단하기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당장 2분 뒤 GOOGL 의 가격을 맞출 수 있는가?) 
 
다시 말해, 100에 가까운 델타값인 옵션을 거래하는 것은 사실상 주식을 사는 것과 같은 의미라서 옵션 트레이더 입장에서는 높은 델타값을 선호하기 힘들다. (Delta Risk)
 

 

 

오늘 우연히 8월 만료하는 ATVI 100 콜 옵션을 거래하다가 신기한 것을 목격했다. (행사가격 100)
 
금일 ATVI (액티비전 블리자드) 의 24년 1월 만료하는 100 콜옵션은 EST 11시 기준 20센트 내외에서 거래되고 있었다. MSFT (마이크로소프트) 의 인수합병 소식이 들려와서 한 차례 급등이 온 이후 15센트-25센트의 다소 변동성 있는 모습이었다. ATVI 는 이 때 $86-$88 사이에서 거래되고 있었다.

 

EST 11:40분 쯤 공식 발표가 나자 ATVI 가격은 한 차례 더 급등했다. $87 근처에서 거래되던 주가는 11:42에는 $92까지 올라갔다.

 

 

EST기준 ATVI 7/11일 차트

 

앞서 말한 콜 옵션은 델타 값이 6-8 사이었어서, 이론적으로는 주가가 $5 올랐으니 옵션 가격은 $5 x 0.06 = $0.30, 많으면 $5 x 0.08 = $0.40 정도 상승한다. 당연히 나는 0.15-0.25 정도의 콜 옵션 가격이 0.45-0.65 정도에서 거래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역시 이론대로 11:42 쯤에는 $0.70까지 잠시 거래됐었다.
 
하지만 1분이 채 지나지 않아 다시 옵션 가격은 0.15로 돌아오고, 심지어 0.06에도 거래되는 프린트가 찍히기 시작했다. 혹시나 하락세를 보이는 주가 때문이었을까?
델타 값도 크게 변하지 않았고, ATVI 의 주가도 $92에서 약간은 내려오긴 했지만 다시 $91-$92 대로 유지되고 있었다.
 
이유는 바로 이 일이 벌어지고 몇 초 뒤 알게 된 뉴스에서 나타났다. 원인은 인수 가격이었다. ATVI 의 Market Cap (시가총액) 은 $71.5B 정도였는데, MSFT 가 ATVI 를 인수한 가격이 $75B 라는 뉴스가 나왔다. 이 말인 즉슨, 지금 시가총액에서 큰 변화 없이 인수한다는 뜻이기 때문에 이 시점 ATVI 의 주가인 $91 정도가 적정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물론, $71.5B 보다 $75B 가 더 높게 쳐준 가격이긴 하다. 하지만 MSFT 는 ATVI 의 주가를 $91 에서 좀 더 얹어서 평가할 수는 있어도, $100까지 평가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만약 MSFT 가 ATVI 의 인수를 $90B 정도의 가격으로 진행했으면 주가가 더 올랐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들도 나왔다. (내 주변 선생님들의 의견)

 

다시 앞서 말한 8월 만료하는 ATVI 100 콜 옵션으로 돌아가자. 8월이면 그래도 당장 변동성을 보일 확률은 있고, 델타 이외의 다른 변수들도 개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75B 이라는 한도가 정해졌기 때문에, 옵션을 거래하는 사람들은 $100 이상으로 ATVI 가 다시 올라갈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한 것이다. 앞서 말한 델타의 해석 (2) 번의 시각으로 본 것이다. 
 
쉽게 말로 풀어보자면, 시장에서 거래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마이크로소프트가 블리자드 가격을 대충 $92 정도로 정해줬는데 이게 한달만에 $100 이상으로 갈 확률? 내가 보기엔 너무 적어. $0.06-$0.15 정도면 충분해!' 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델타의 (1)번 해석인 수치적인 해석이 대체로는 실제 시장에서도 정확하다. 실제로 델타값에 주가 변동을 곱하면 그대로 옵션 가격에 반영된다. 하지만 이번 ATVI 의 경우를 보고, (2) 번 해석의 중요성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
 
옵션과 시장에 대한 공부는 때로는 빈틈없이 정량적일 필요도 있지만, 때로는 잠시 숫자놀이에서 나와서 뉴스를 보고 큰 그림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다.